"저는 INFP인데 그 남자는 ESFJ래요 저희 궁합 괜찮을까요?"
하는 질문을 보고 떠오른 MBTI 이야기.
작년 12월에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MBTI 과정을
올 9월, 일반강사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마쳤다.
MBTI를 하면서 지난 30년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되었고,
나와 다른 상대방의 모습, 행동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흉내정도는 낼 수 있게 되었다.
분석적 기질(NT)을 가진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성격적 차이를
MBTI로 분석해보는 것은 새로운 취미 중 하나.
얼마전엔, 외향적 성격이면서 밀접한 관계를 좋아하는 사람과 (웁스성향)
내향적 성격이면서 밀접한 관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이런 선호를 가진 사람들은 다 그래,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그냥, 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경우를 MBTI와 연계해 정리해 본 것일뿐.
내향적 성격이면서 밀접한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고민의 종류나 정도에 관계없이 한 사람에게만 털어놓을 수 있으면 그만.
그러나 외향적 성격이면서 밀접한 관계를 선호하는 사람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내 고민을, 속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이 한 사람으로 한정될 필요는 없다.
다만, 고민을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에게 털어놓는 편을 선호하지만,
고민의 성격에 따라 이야기를 털어놓는 대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것.
사실 이건 내향적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인지,
외향적이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담아두는 편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어서
꽤 한계가 (혹은 예외가) 많은 생각이라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또 싸울 때 T와 F의 차이를 알아채는 것도 재밌다.
T는 보통 화가나는 데는 충분히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만의 생각이든, 실제로 그렇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싸울 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고, 설득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내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화가 났으니 이러이러한 것이 수정되면 좋겠다'
라는 것이 T가 하고 싶은 말이지만 화가 난 상태에서 하는 말이 F에게 도달하면
F는 T가 화가 난 '이유'보다는 화가 났다는 사실, 그 T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왜' 화가 났는지 알아보기 전에, 얼른 진정시켜줘야지, 화를 풀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특히 꽤 가까운 사이에서의 싸움이라면 더더욱.
가끔, 내향적선호를 가진 감정형(F)의 경우,
아 내가 저렇게 상대방을 화나게 했구나, (그 이유가 무엇이건)
내가 그렇게 못난 사람인가? (이유와 상관없이, 가까운 사람을 화나게 했으므로)
하는 생각으로 자기감정에 빠져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T와 F가 싸울 때에는
전화보다는 문자로
말싸움보다는 편지를
추천하고 싶다.
싸움을 하는 방식도,
해결하는 방식도 모두.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MBTI 궁합이라는 것은 없다.
MBTI는 16가지 유형 중 누가 나와 가장 잘 맞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나를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때문에 나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있는 도구가 바로 MBTI다.
MBTI를 이해한다면 내가 어떤 유형이고, 다른 사람이 어떤 유형이건간에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궁합 걱정은 필요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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