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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처음으로 따라나선 촬영이 바로 무주에 있는 삼청교육대의 야외 세트였다.
그 시대, 삼청교육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정의 사회 구현’ 이라는 팻말이 당당하게 서 있는 그 곳에서
3일간 삼청교육대 부분의 촬영이 진행되었다.
삼청교육대는 5.18 광주 민주항쟁과 함께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촬영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영광이었다.
당시 조교로 일했던 사람, 삼청교육대를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수기와 인터뷰 등의 자료를 참조하여 대본을 작성해
사실 전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삼청교육대편은
경찰서에 잡혀 들어온 종수의 대사로 그 시작을 알린다.
'씨파! 불심검문하는데 항의했다고 잡혀오고,
팔에 문신있다고 잡혀오고
카바레에서 춤췄다고 잡아오고...
이제는 부부싸움만 해도 잡아온다매?'
라는 종수의 대사는 뚜렷한 기준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삼청교육대로 잡혀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또 비록 불량배나 조폭이 많이 잡혀간 것이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그들의 죄값에 비해 너무나 터무니없게 인권을 유린당했던 사실을 고발하는 것이
이번 삼청교육대 편을 제작한 제작진들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선택된 인물이 바로 폭력전과 2범의 종수와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고등학생 상진,
노조의 선봉에 섰던 민철,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조폭들 그리고 50대 아저씨였다.
이들은 삼청교육대에서 인간으로 살지 못했다.
삼청교육대로 호송된 이들을 맞은 선임자의 말처럼
그들은 주인이 ‘주면 주는대로 먹고 때리면 때리는대로 맞는 개새끼’ 취급을 받았다.
탈출 시도를 했던 조폭들이 같은 교육생들에게 짓밟히는 장면,
못을 씹어 먹고 자살한 50대,
극심한 체벌을 받은 뒤 폐쇄공포증에 걸린 민철,
그리고 탈출하다 사살되는 종수의 모습이
삼청교육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편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선임자에게 밀고함으로써
배고픔을 달랬던 고등학생 상진이 사살되는 종수를 보고
빵을 먹으며 울부짖는 장면은 삼청교육대가 인간의 도덕성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삼청교육대의 진실은 2002년 1월 27일 방영된
MBC의 시사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짚차 뒤에 밧줄로 사람을 묶어 끌려가게 한 것,
철조망을 넘어 탈출하려다 사살당한 것 등이
실제 인물들의 입에서 생생하게 진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하게 ‘사실’과 ‘진실’로의 접근을 추구하고 있는 이 드라마가
삼청교육대편에서는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실명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배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삼청교육대의 현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드라마 <제5공화국>은
근본적으로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감정이입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두 장르는 크게 차이를 보인다.
우리는 제5공화국을 시청하면서 종수가 되고, 상진이가 되고, 민철이 된다.
그러므로 다큐멘터리보다 시청자에게 그 내용은 더 와닿을 수 있고,
그만큼 ‘드라마 방송’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팩션의 성격이 강한 드라마는
‘허구’가 가미되더라도 기본적인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이번 삼청교육대 편에서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방송되지 못한 촬영분이 있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강창성이 삼청교육대로 호송되어 교육을 받는 장면이었는데,
삼청교육대편 방영 전주 마지막 장면에서 전두환이
강창성을 두고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강창성의 아들 측에서 제작진에게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삼청교육대에 간 일은 없으며 교도소에서 ‘삼청교육’을 받은 사실만 있다'고 밝혔으나
제작진은 삼청교육대에서 받은 교육과 교도소의 삼청교육이 비슷하게 행해졌으므로
대본 수정 없이 기존 대본대로 촬영을 진행하고
방송 전 실제 강창성씨는 삼청교육대가 아닌 교도소에서 삼청교육을 받았지만,
극 진행상 각색을 했다고 밝히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전두환 측에서도 자신은 강창성을 삼청교육대에 보낸 일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고,
강창성씨의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는
복잡한 문제였기 때문에 그대로 방영하기가 어려워졌다.
방송을 아예 못하고 촬영을 새로 하느냐, 강창성 부분만 편집해서 빼내느냐로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아마 결방이 되면 ‘외압이 작용했다’는 등의 말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무리였지만 강청성 부분만 편집해서 빼내어 방송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삼청교육대 편은 신군부의 정치적 보복 색깔이
의도했던 것만큼 강하게 드러나지 못하고, 삼청교육대 부분이
신군부와 크게 연결되지 않고 붕 뜬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이 드라마가 가지는 ‘고증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으며
실존 인물이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방송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 부분이었다.
작가와 연출가의 자료조사가 미비했던 점과
강창성의 아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자막으로 해결하려는 등
안이하게 대처하려 했던 것은 삼청교육대편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삼청교육대로 자식을, 남편을 보내야 했던
일반 가정의 모습이 조명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그들이 흘렸던 눈물도 함께 보여주었다면 드라마적 감동이 더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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