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개편했다고 버스가 공짜였던 날.
신촌에서 명동, 강남역, 여의도를 돌아 다시 신촌까지-
제대로 서울 여행을 했다.
신촌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다다른 그 날 우리의 마지막 종착역은
연희동 집.
늦은 밤, 기분좋은 습한 공기가 우리를 반겨서였을까.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골목길은 우리를 아이들 시절로 안내하는 기분이었다.
추억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밤.
새벽녘 오빠가 나와서 종종 써주었다던 담벼락의 답낙서도,
마당에 주차되어 있던 우람한 벤도,
3집 때 키웠다던 오빠 강아지 '애기'도,
2층 오빠 방을 보며 소리치던 어린 팬들도,
대문 사이로, 담벼락 너머로 던져넣었던 편지와 선물들도,
오빠 집 앞에서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떨던 수다를 전달했던 커다란 인터폰도,
가지말라고, 오빠 제발 가지말라고 울부짖던 우리들도,
이제는 모두 가끔씩 꺼내보는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게 기억 한켠에 자리하는 낡은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래도 연희동 집이 반갑고, 설레는 이유는
중고등학교 시절, 힘들때마다 내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만 같아서다.
내 소중한 추억.
그리고 기억.
0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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