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일기 쓰는 걸 좋아하는데도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에는,
내 종이 일기장의 존재마저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다
어느 방향이었든, 달리기에 바빴던 마음이
펜을 들고 일기장을 열어 글씨 하나하나 적어내려 갈 여유를 갖지 못하게 했겠지
엄마를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온 일요일의 한가로운 오후,
여행의 묘미는 준비하는 시간에 있다고,
11월의 여행을 벌써부터 계획하는 내가
어느새 한 도시의 일정은 다 짜고,
그 다음 도시의 일정은 손으로 좀 쓰면서 해야겠어서
연습장 없나 하고 책장을 뒤진 거였는데,
그러다 나온게 이 일기장이었다
요즘의 마음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어서
복잡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볼까 싶다가
그냥 펜을 내려놓고서 앞장의 이야기들을 읽고 또 읽어봤다
새롬이에게서 받은 2004년 생일의 이 선물에는
2005년과 2006년의 내가, 중국이, 또 영국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시간과 공간을 한꺼번에 선물받는 기분이 들었다
중국에서의 시간과 영국에서의 날들이 현재의 내게로 우수수 떨어지는 느낌
마지막 일기는 윤주와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쓴거였는데
내내 진지한 내용에 진지하게 읽던 나도 마지막엔 결국 웃어버리고 말았다
'근데 벌써 아침 9시인데 왜 밥은 안주는걸까?
배고파 ㅜㅅㅜ 승무원 언니오빠들, 일어나요 +ㅅ+'
ㅋㅋㅋㅋ
열장정도 남은 이 일기장은,
간만의 내 두드림에 깨어났음에도
아마 11월까지는 다시 잠을 자둬야 할 것 같다
윤주와의 여행이 시작되는 그 때에,
다시 기지개를 펴지 않을까
3년간 함께해 온 일기장의 마지막만큼은
신나는 이야기들을 쓰고서 마무리하고 싶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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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다른 이야기,
봄에 예매해두었던 공연 세 개중 두개가 끝났다
그 사이 계획에도 없었던 콘서트-_-까지 다녀왔지만,
맨오브라만차밖에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허전해진다
캣츠의 내한공연 덕에 2000년이었나 2001년이었나
호암아트홀에서 봤던 캣츠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는데
아마 명성황후 이후로 처음 봤던 뮤지컬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이렇게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엄기준은 시트콤 데뷔한다는데 +_+
아저씨, 베르테르는 할거야 말거야!
아무래도 조정석이 주연 맡은 걸
조만간 하나 봐야 할 것 같은데.
헤드윅콘서트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 ㅠ.ㅠ
뉴욕에서는 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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