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역사학자는,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책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아빠의 지론 - (물론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사실,
학문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고 해서
강단에서 강의를 잘하는 법도 아니고,
아는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모두 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의를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과는 별개인 하나의 '능력'인 것
그런면에서 조너던 스펜스(Jonathan Spence, 예일대학 사학과 교수)는
굉장히 흠모할만한, 어쩌면 모델로 삼아도 좋을 인물 중의 하나다
그의 최근 작, 반역의 책은
우리나라 번역가가 '옹정제와 사상통제'라고
부제를 달은 것에서도 쉽게 눈치챌 수 있듯이
청나라 옹정년간, 반역을 도모했던 쩡징이라는 인물과 옹정제가 서신을 주고 받으며
쩡징의 옹정제에 대한 '오해'를 풀어나가고, 참회하도록 하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
그리고 그 서신은 '대의각미록'이라는 책으로 엮어서
전국에 배포시켜 옹정제는 자신의 넓은 아량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반역을 도모했음에도 사형에 처하지않고 용서하며 참회의 길로 이끌었다는,)
하지만 대의각미록에는 쩡징이 담고 살았던 옹정제에 대한
갖가지 안좋은 소문들이 고스란히 실려있었고,
그 후 즉위한 건륭제는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를 되살리고자
그 책을 모두 불태워버리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두 황제의 행동에 대해 작가는 일침을 놓는다
..그러므로 황제 두 사람이 모두 실수했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 황제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부정적인 요소를 공중으로 흩날려 보내면
나쁜 소문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후손들이 자기에게 경의를 표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백성들은,
유언비어는 두고두고 기억하고 그가 해명했던 말들은 잊어버렸다.
두번째 황제는 '대의각미록'을 없애 아버지의 혼백을 편안히 해드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책의 내용이 대부분 진실이기 때문에 황제가 책을 없애버렸다고 생각했다.....'
황제의 입장에서 백성을 이해할 수 없고,
백성의 입장에서 황제를 고려할 수 없는,
문제가 결국 원천적으로 그들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굳이 역사학도가 아니더라도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청나라, 하면 떠오르는 황제는 강희제와 건륭제일테지만,
그 사이, 강희제의 넷째 아들이었고 건륭제의 아버지였던
13년간 엄격하게 청나라를 다스렸던 숨겨진 보석같은 존재,
옹정제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
조너던 스펜스,
반역의 책 (Treason By the Book), 이산 2004
(미국에서는 2001년도에 나온 듯)
+
읽은지는 한참 됐는데
쓰기 귀찮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읽은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덮은 순간 느꼈던 그 감흥은 사라져버린듯
역시 그때 그때 써야하는 법 ;
050410
F e i d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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