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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moments de crise produisent un redoublement de vie chez les hommes.>
위기의 순간들이 사람들에게서 배가된 생명력을 창출해 낸다.
또는 좀더 간명하게 번역하자면,
사람들은 곤경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충실한 삶을 살지 못한다
p.311 샤토브리앙의 '무덤 저편의 회상' 에 나오는 한 구절
나는 책을 읽을때 항상 손이 닿는 곳에 포스트잇 인덱스를 두고서
맘에 드는 구절,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하나하나 붙여놓는 습관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그 부분을 다시 찾아 읽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중에 혹시라도 찾고 싶을 때
손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안도감이 들어 좋다
꽤나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이 부분에서 왜 깊은 인상을 받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는 기회를 만나볼 수도 있고-
하지만 이책은 3/4을 읽어가도록 너무나 빠져있었던 탓인지
포스트 잇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부분을 체크해두고, 기억하고자 했던 이유는
아마도, 헥터와 짐머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 이런 것이었노라고,
무지한 독자에게 넌지시 일러주는 것만 같아서였다
무성영화시대 코미디 배우였던 헥터는 한때의 연인 오팰런을 잃고,
영화계에서 완벽하게 자취를 감춰버린 후,
그의 삶은 (원하던 죽음에는 끝내 이르지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다시 시작되었고
(60년이 넘도록, 그가 여든이 넘은 나이로 정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세상사람들 모두는 그가 실종되어 죽은 줄 알았을 만큼)
짐머 역시 비행기 사고로 그의 부인과 두 아들을 떠나보낸 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던 그가
우연한 기회에 헥터의 영화를 보고 반년만에 웃음을 찾게 되는 것이 계기가 되어
헥터의 뒤를 쫓는, 그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위기의 순간, 곤경과 마주해 죽음까지 꿈꾸었던 사람들이
다시 충만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야기하고,
죽음 저편에서는 살아가야 할 희망을 던져주는
환상의 책
작가는, 책의 첫장에 써둔 샤토브리앙의 말을
4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로 재창조해낸 듯 하다
: 인간은 하나의 동일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끝에서 끝까지 이르는 여러 다른 삶을 살며 그것이 바로 비극의 원인이다
- 샤토브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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