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에서 아꼈두었던 슬픔은
피디수첩이 시작하면서부터 차고 넘쳐났다
남들은 민주주의 열사다 뭐다 하지만
자기는 매국노소리 들어도 아빠가 있었음 좋겠다는,
태어난지 3개월만에 아빠를 잃은 기근씨의 한마디는
너무나도 솔직한 사람의 마음이라 백번 공감이 갔다
남의 일이라고, 남의 아버지라고, 우리는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었지
인봉이 역을 감칠맛나게 소화해냈던 배우 박철민씨는
자기라면 절대 그 시간에 도청으로 못나갔을거라고 했다
'문 앞까지 갔다가, 우리 동칠이 안았다가 놨다가,
화장실까지 갔다가, 다시 무서워서 동네 골목어귀까지 갔다가,
결국은 돌아와서 안고 잤을 것 같아요. 물론 자지 않았겠죠.
하얗게 밤을 새웠겠죠.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라는, 당시 광주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
그의 묘사는 너무나도 생생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날 세번의 작전에서 시민군을 몇명이나 사살하셨습니까'
'안했어요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작전 하다보니까 제가 모르는 상황에서 죽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거는 나는 사람한테 총질안했어요.
사람한테 총질안했습니다. 저'
눈물을 훔치는 당시 진압군의 한 아저씨의 마지막 한마디는
결국 다 같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게 해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하다
동생이 눈 앞에서 죽는 걸 보고 발벗고 나서는
민우의 모습에 당시 광주의 영상이 흐르면서
울부짖는 절규가 들린다
'내가 다 죽여버릴꺼야 개새끼들'
그 어느 누구가 내 눈 앞에서 어머니가, 아버지가,
아들이, 딸이, 친구가 죽어가는데 제정신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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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피디수첩은,
영화 화려한 휴가가 남긴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나보다
'픽션은 아무리 잘해놓아도 논픽션만 못해요'
(5.18 당시 광주진압군, 이경남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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