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세이 기다리면서 교보에 앉아 그 전날 중앙일보에서 봤던
I'm sorry, mama를 80페이지쯤 읽었었는데 아무래도 끝내야겠어서
다음 날 또 가서 다 읽고 돌아왔다
사실 보통은 그렇게 읽다가 사게 되는데,
(내게 있는 요시모토바나나 소설들이 다 이런 경로를 거쳐 사게 된 거다;;)
굳이 그 책을 사지 않았던 이유는 번역이 정말 맘에 안들어서 -_-
아무리 정확하게 번역해야 해도 '의역'이라는게 필요한건데
이건 일본어 번역한거에요, 라는 티를 팍팍 내는 그 번역은 정말..
(이은주씨 그러면 안돼요-_-)
근데 사실 80페이지까지 읽었을 땐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었고, 그만큼 재밌고 또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끝까지 읽고 난 소감은, 글쎄. 극적으로 꾸며내려고 고생했다 정도?
가장 허무했던 건
갖가지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주인공 아이코의 광기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건지 파고들기 때문에 이 책이
사이코 스릴러가 아니라 사회파 미스터리로 분류된다는 신문 말에
아이코의 과거에 뭔가 더 숨겨져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그게 별거 아니었다는 것.
첫 장을 읽었을 때 헉. 했던 것처럼 그런 기분이 한번 더 찾아왔음 좋았을텐데-
근데, 이번처럼 번역이 책의 완성도를 망쳐놓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책을 더욱 빛나게 하는데, 폴오스터의 작품이 그렇다
적어도 내 경험에는.
환상의 책은 가장 재밌게 읽어내려간 책 중에 하나였는데
원작은 느낌이 너무너무 달랐다, 문체가 건조하고 딱딱했다고 할까
독서광으로 소문났던 칼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동감한다면서
자기도 재밌게 읽었지만 문체가 매력적이진 않았었다고.
뭐 내가 영어의 묘미를 완전히 이해 못해서 그런걸 수도 있었겠고,
칼이야 정말 독특한 사람이니 그와 폴의 문체가 안맞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내가 느꼈던 그 재미의 절반은 번역가의 힘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브루클린 풍자극도 살까말까 고민하다 결국 질렀는데
초반 좀 읽어보니, 환상의 책 만큼의 포스는 없는듯...
아 그나저나 이런 소설책들 말고
좀 다른 종류의 책들도 고루고루 읽어야 할텐데
도통 손이 가질 않으니 큰일이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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