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수당시대는 세계제국이었다, 동서문화권을 형성했다 라고들 말한다.
이 문장에서 의미하는 세계제국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재 미국처럼 세계의 정세를 자기 손에 놓고
쥐었다 폈다 하는 정도의 강력한 힘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흔히 수는 단명해버린 나라, 당은 강성한 힘을 자랑했던 나라라고 여겨지는데,
수와 당을 함께 붙여 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당시의 세계제국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나는 주변국과의 문화적인 교류가 활발하고
서로 그 영향을 주고받는 정도에서 이해하기로 했다.
때문에 수당세계제국의 여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고 판단 할 예정이다.
또한 수당세계제국이라고 이름붙은 데에 대해서는
수나라가 혼란한 시대를 통일하여 여러 면에서
당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수 통일의 역사적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나라는 남북조의 오랜 분열시대를 재통일하여
당이 세계적 대제국을 건설하는데 터전을 마련하였는데,
이는 춘추전국시대의 통일 기초를 마련했던 진과
통일의 완성을 이루어낸 한의 양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제도적으로는 중앙집권적 율령체제를 정비하게 되는데
이 율령체제는 당에 이어져 완성된 틀을 갖추게 된다.
또 나라를 멸망의 길로 들게 한 장본인이라고 불리는 수양제의 대운하 공사는
강남과 화북을 경제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교통로를 생겨나게 하여
후대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의 기반 위에 성립한 당왕조는 어떻게 세계대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우선 원활한 동서문화 교류를 위해 실크로드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서역경영이 필수적인 과제였다.
중앙아시아와 서역에 이르는 길의 중요성은 대단했는데,
비단직물을 수출하고, 다양한 외국 상품이 수입되는 길이었으며,
외국의 영향에 대해 개방적인 문화연락망의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길을 따라 오고 간 물품들은 중국에서 서역으로 수출된 것보다
오히려 서방에서 흘러들어온 것이 더 많을 정도였다.
이 시기 중국 서쪽 실크로드의 실권을 쥐고 있었던 것은 토욕혼이었는데,
수당제국으로서는 이들을 정복할 필요가 있었다.
정복사업을 마친 뒤 수는 이곳에 서역4군과 이오군을 설치하여
서역 경영에 있어서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보였으며
이러한 서역경영의 의지 역시 당으로 계승되어 완성되었다.
당은 정관 9년(635) 토욕혼을 정벌하여 하서회랑지대를 차지하였고,
동돌궐을 정복하고 안서4진을 설치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수당시대에는 유례없는 동서교류가 활발히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교류의 중심이 되었던 곳은 당시 수도였던 장안이었는데,
인구 100만을 헤아리는 규모로 거대한 국제도시로서의 그 면모를 자랑했다.
장안에는 영구이주한 소그드인과 사산조 페르시아인이 많았고,
이들은 동서무역의 상업활동을 주도했을뿐만 아니라
벼슬까지 진출하는 등 이란붐을 조성하였다.
당의 개방정책으로 외국인의 자유로운 내왕이 가능했고,
이로 인해 장안 내의 서시는 언제나 서역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으며
그와 반대편인 신라, 발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건너 온 사람들까지 함께 모이기도 했다.
각국의 사절을 비롯한 학자, 예술가, 승려, 상인 등 문화적 상류층이 당의 장안으로 모여들었고,
당의 학자, 승려, 군인 등의 사람들도 서역으로 떠나
이들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때문에 이 당시 당에서는 중국적 불교와 외래종교가 성행하게 되었고,
이란계통의 예술 문화가 주류를 이룰 정도였다.
수가 통일을 이룩함으로 인해 중국이 국가단위로 궁극적인 재성립을 이룩했다는데
의의를 가지는데, 이는 제도와 사회경제적인 변화도 함께 불러오게 되었다.
이때 성립된 국가체제와 율령, 세금제도 등 세세한 것 마저
모두 주변국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그 주변국의 중심이
한국과 일본, 바로 동아시아였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문화권이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듯 하다.
한반도는 통일신라와 발해 모두 당왕조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여 체제를 정비하였으며
지배계층은 한자를 사용하였고, 중국문체를 모방하고, 중국식 불교와 유교를 실천하였다.
이는 다음시대인 고려에서도 계속되었다.
정치적으로는 비록 독립적인 나라였지만 중국 문화권 안에 영구히 편입되었던 것이다.
한편 일본은 한반도를 통해 중국의 문화적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
중국의 서체와 문자, 그림 형태, 종교, 철학, 법, 제도 등 모든 곳에서
당을 모델로 하여 국가를 조직하였다.
이 시기 일본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정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과 적대적이었던 남조왕조나 주변에서 새롭게 일어난 국가 역시
어느 정도 중국 그 자체와 동일한 방침으로 국가가 조직되었고,
중국의 법과 절차를 수용하고 중국어로 수행했다.
때문에 오늘날까지 중국문명과 깊이 관련 있는 지역으로 형성된 동아시아 지역에
밀접한 문화적인 영향력을 확립한 것은 당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대의 서북민족 지배정책은 기미지배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돌궐족에 대한 내지화가 실패하자 나타난 당의 서북민족지배의 새로운 방식으로
고조는 화이는 구분하였으나 회유적인 화친정책을 펼쳤고,
귀부한 유목민을 지원하여 다른 부족이나 같은 집단 내 라이벌과의 싸움을 통해 약화시키는
이이제이 정책을 쓰기도 하였다.
투르크족을 지배하기 위해 설치한 연연도호부와 그 아래 기미부주를 설치함으로써
기미지배체제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서북민족의 자치적인 질서를 인정하면서도
당조가 그것을 통제하는 기관을 새롭게 설치하고,
그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체제 유지의 지향을 반영한다.
당조의 서북민족지배의 목적은 북변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고
이 지역을 안정적으로 지배 하에 넣고자 하는 것이었고,
또 대외원정으로 필요한 군사력을 이들로 이용함으로써 내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당시 당나라는 병농일치가 이루어져 내지의 군사를
외지에 주둔시키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미지배정책이 취해지자 투르크족은 당태종에게 천카한(탱그리카간)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는데 이는 자신들을 그의 세계내의 당민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이 탱그리카간이라는 명칭은 유목세계의 유일한 통치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태종이 그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이며
또 이들은 당조의 권위를 이용하여 그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 기미지배정책을 통해 당의 세계제국정책은 실현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응하는 유목민들의 입장은 다분히 양면성을 띠었다.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일이면 동조하고 아니면 언제든지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
때문에 표면상으로는 당조가 이 지배체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중국과 북변의 유목민족간의 상호 이해관계가 결합한 기반 위에 세워졌던 것이다.
수당시대의 '세계제국'으로서의 활발한 활동은 한자문화와
중국적 불교의 전파, 당의 통치구조 등의 전파를 통한 동아시아 문화권의 형성과
비단 등 문물교류를 통한 서역과의 관계, 기미지배체제를 통한 북방민족과의 관계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이는 당이 모든 권력을 가지고 전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수당시대에 여러 지역에서 각각의 욕구와 입장들이 상존하면서 다양성을 내포한 나라들이
당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세계안에 존재했다는 점에서
수당시대를 세계제국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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