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과 엄기준이라는 타이틀에 혹해서
덜컥 예매해버린 '젊은베르테르의 슬픔'-
창작뮤지컬이라는 점과
크게 만족하지 못했던 카르멘을 제작한
극단 갖가지의 작품이라는 데서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왠걸. 정말 만족도 100%-
오늘 가장 놀랍고, 감명깊었던 부분은 엄기준의 완벽한 베르테르.
적지 않은 뮤지컬을 보러 다니면서도
뮤지컬배우=노래를 잘하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나에게,
뮤지컬배우=연기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해준 그의 연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정신이상자로도 비춰질 수 있는 베르테르가
너무나 슬픈 사랑을 하고 있는 안타까운 한 남자로 승화된 것도
그가 완벽히 베르테르가 되어 그의 사랑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히 롯데에게 약혼자인 알베르트를 소개받던 날,
롯데에 대한 사랑을 돌부리에 비유하며
술집에서 절규하고, 아파하던 그의 모습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돌부리가 무릎을 쳐서 무릎이 깨지고
가슴으로 올라와 가슴을 짓이기고, 멍이 들게 만들어 너무 아프다며
하소연을 하던 그의 모습은-
결국 베르테르 안으로 나를 끌어들여
같이 슬퍼하고 아파할 수 밖에 없도록 했다.
그가 카인즈에게 불러주었던 노래처럼,
그는 자신의 마음의 중심에 서서 열정이 시키는대로,
마음을 따라가 사랑을 찾았고
그리고 그 사랑안에서 그는 자기 자신을 소멸시켜버렸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맘을 다시한번 읊조리면서
자신의 마음만을 간직한채로 롯데의 곁을 떠난다.
'♪ 그대는 어쩌면 그렇게 해맑을 수 있는지
당신의 그 미소만큼씩 내 마음은 납처럼 가라앉는데
그대 어쩌면 그렇게도 눈부실 수 있는지
당신의 그 환한 빛 만큼씩 내 맘엔 그림자가 지는데
나 그대 이제 이별고하려는데 내 입술이 얼음처럼 붙어버리면
나 그대를 차마 떠나려는데 내 발길이 붙어서 뗄 수가 없으면-♩'
베르테르의 운명적 사랑의 슬픔이 가장 와닿았던 노래,
이 노래를 부르며.
작년 베르테르를 연기할 때에는 (조승우랑 더블캐스팅이었다)
베르테르의 사랑이 잘 이해가지 않을 때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던 그가,
오늘, 완벽하게 베르테르가 되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역할을 맡아보는게
뮤지컬배우로서, 연기자로서 평생 소원이라는 엄기준씨의 꿈이
어쩌면 너무나도 멋지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좋은 상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소현언니의 롯데.
책에서 본, 기존 공연에서의 롯데의 청순가련 이미지와는 다르게
언니 성격 그대로 깜찍발랄, 순진한 소녀같았던
언니만의 롯데를 잘 만들어 낸 것 같아서 참 신선했다.
하지만 그렇게 티없이 맑게 웃던 롯데가
1막 끝부분부터 너무 가라앉아버려서
롯데 이미지의 흐름이 끊겼던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성악발성 안내려고 노력하며 노래한 언니가 너무 예뻤고,
특히 언니의 고음처리는 !!
( 베르테르와 함께 부른, 하룻밤이 천년 최고 +_+ )
게다가 컨디션이 안좋아도 모두 연기로 감춰낼 수 있는 능력-까지!
(알아채지 못한 내가 둔했던 것일수도 있지만;;)
그리고 그외, 오르카와 카인즈, 알베르트
알베르트의 버터발린 목소리는 우우우-;;
그래도 저음의 깊은 목소리로
풍부한 성량을 뽐내며 노래하는 모습은 멋있었다.
뮤지컬 전체 흐름에 가장 큰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었던 오르카-
그리고 베르테르와 비슷한, 아픈 사랑을 한 카인즈.
그 밖의 모든 배우들이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역을 너무나 잘 소화해냈기 때문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주인공들에게서 슬며시 눈을 떼고 주변 인물을 살펴보던 쏠쏠한 재미-
특히 늦은 밤, 위병 근무자의 조는 연기-! +_+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 어두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아름답다'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괜찮을 법 했다.
11월 9일까지의 공연과 그 후 앵콜공연까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뮤지컬이 성황리에 마쳐질 수 있기를 기원하며.
+) 주말에만 하던 싸인회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매진되었다는 이유로 싸인회가 열렸다. +_+
어찌나 운이 좋은지 ㅡ
이로써 오늘 불쾌했던 기분은 싹 날려버릴 수 있었다. 'ㅡ'
소현언니한텐 티앙팡에서 사간 치즈케익도 주고,
언니가 이름보더니 아는척도 해주고 ^^
오늘 컨디션 안좋았는데 어땠냐고 물어봐서
너무 좋았다고 칭찬도 마구마구 해주고-
웃는 얼굴상인 언니랑 얘기하고 있으면,
나까지 그 웃음에 전염되어버려서
거짓말처럼 언니의 웃음만큼이나 기분이 상큼해져버린다. :)
엄기준씨에게는 그리스때 뵙고 또 뵙는다는 얘기만 하고,
바보처럼 오늘 너무 감동받았단 얘기는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ㅠ_ㅠ
뒤늦게 후회후회-
싸인회때 찍은 사진인데,
언니앞에만 서면 덜덜 떨리게 되버려서 -_-
좀 심하게 흔들렸다 ㅠㅠ
줄도 긴데 다시 찍을수도 없고 해서 이걸로 만족;
흑.
혹시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더 관심있으시다면,
링크되어있는 주소로 가보세요 ^^
노래도 들으실 수 있어요 ㅎㅎ
0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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