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읽는 내내
피렌체를 가로지르던 아르노 강이,
그 강을 내려다 보았던 폰테 베키오가,
그 예술성에, 위대함에 압도당했던 우피치 미술관이,
걸어걸어 올라갔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꼭대기가,
새벽같이 일어나 다녀왔던 미켈란젤로의 언덕이
쉴새없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워졌다.
아름다운 피렌체, 자유와 예술의 도시, 꽃의 도시 그곳에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와 마키아벨리가 함께 살아 숨쉬었던
그리고 그들의 재능을 인정할만한 안목이 있었던 그 시대의 그 사람들이
책장을 넘기는 손끝을 자꾸만 머뭇거리게 할만큼 그렇게나 부러워졌다
나도 그 시대에 살고 싶어서, 無名의 凡人이었어도 좋으니 -
시오노 나나미도 이 책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열린 위원회에 참석한
열명의 예술가들을 두고 이렇게 적고 있다.
'한 시대에 한 사람이 나와도 만족스러운 느낌의 천재가
열 사람 이상이나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은,
가기 전부터 이래저래 꼬이는 일이 너무 많았고
가서도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참 힘들었었는데,
돌이켜보면, 이탈리아만큼 내게 많은 걸 남긴 나라도 없다.
그리고 내가 이탈리아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예술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그 순간이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앞에 두고 서 있었던 바로 그 때, 그 순간.
머리로는 알았어도, 가슴으로는 진정 느끼지 못했던 예술과 그 감동의 힘을,
사실 나는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거다.
내겐 그 작품이 언제 누구에 의해 그려졌고, 무엇을 담았는지
그러니까 소위 그림의 '배경'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중요했었던 것 같으니-
예술 그 자체를 보지 못하고, 그 너머에 있는 그림자만 본 꼴이었다.
하지만 아- 하는 짧은 탄성이 아닌,
입을 틀어막고 눈물이 흘러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에 힘들었던 그때의 그 순간으로
조금은, 그 말의 의미를 진정 가슴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의 다른 중세와 달리 유독 '르네상스'라 불리는 이탈리아의 그 시대 성립에
훌륭한 후원자 역할을 해준 메디치가(家)의 사람들에게
그 중에서도 특히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마키아벨리의 표현에 따르면 위대하고 화려하면서 신중하고 냉정했던 로렌초에게
나는 새삼 진심으로 너무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있어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이탈리아를 다녀온지 꼭 1년이 지난 지금,
그 마음을 담아 다시 한 번 피렌체의 폰테 베키오 위에,
그리고 피에타 상이 있는 바티칸 성당에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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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그리움에 못이겨
미니홈피에 간략하게 정리해두었던
이탈리아 사진첩을 열고 한참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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