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를 남자 점원에게 부끄럽지 않게 내밀었을 때쯤
나는 조금 어른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해가 뜨기 전에 전철을 타고
한시간 반을 달려 회사에 도착해
해가 질 무렵 퇴근을 하는 요즘의 나는
그 때보다 반뼘쯤은 더 자라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1학년, 기숙사 방에서 처음으로 만나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쉴틈없이 먹어대고
때론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문제를 풀고
함께 노래를 듣고, 동산을 돌고, 매점을 갔던
우리들은 이제 벌써 서로의 새출발을 축하해 줄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몇년 후면 무슨 이야기를 써서 담았는지 기억도 안나는
타임머신을, 그리고 추억을 찾으러 우리들의 학교에 함께 가겠지.
어느새 이십대 중반
신경써야 할 것도 생각해야 할 것도
그리고 내 이름 앞으로 책임져야 할 것도
너무나 많아져 쉽게 감당해내지 못하고 허덕일 때도 있지만
나만 외롭게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추억을 담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다. 위안이 돼.
입김이 길게 뿜어져 나오는 추운 겨울,
자꾸만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너무나 기쁘다
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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