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e i d y . c o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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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빨개지고, 계단이 휘청휘청 보이는 정신으로 그런 약속을 했다.

사람은, 참 간사하게도-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가장 나약했던 모습을 내비쳐버리면
치부를 드러냈다는 약간의 수치심과 마음 속 막힌 곳을 뻥 뚫어버린 듯한 시원함이 함께 찾아온다.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다시는 되새기고 싶지 않은 장면장면이지만,
요즘 나에겐 문득문득 떠올라 심하게 가슴을 헤집어 놓고 나는 그것을 어둠 속에 묻으려 애쓴다.

후회할 자신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도 없는 비밀스런 약속과
얼마만에 찾아온 13년전 어느날의 기억때문이었을까
밤새 잠을 뒤척이며 이렇다 할 꿈도 꾸지 않는데 자꾸만 너무 많은 생각들과 사건의 장면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서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없었다.

제대로 잠을 자지 않았는데도 악몽을 꾼 느낌.
묘하다.

나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후회할 베짱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