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대로 그는 생각이 깊었다.
소유욕과 집착이 강하고, 가진것이라고는 자존심뿐이라는
그의 조심스런 고백이 부담스러워 한발짝 물러앉고 말았지만,
살아온 방식도 사랑했던 방식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멋진 사람이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이것저것 부딪히는 의견이 많아 더이상 진전되기는 힘들었지만,
친구로, 우정이란 이름아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준 그가 참 고맙다.
사람이란, 서로 적응해가야만 하는 존재이다.
자기 색채를 너무 강하게 드러내서도 안되고,
상대방에 너무 맞추기만 해서도 안된다.
천천히, 조심스러운 속도로 나를 드러내고
상대방을 알아가며 서로 함께 호흡해가는 것,
그 과정을 거쳐야 '우리'가 아름다울 수 있는 거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층 성숙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적응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정으로 맺어진 친구사이에서는 조급해하지않아도 차차 진행된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
그래서였을까.
친구란 이름을 내걸고 마주 앉으니 우린 참 편했다.
친구로서는 맞는 구석도 많았고, 얘기도 잘 통해 연신 깔깔댈 수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서로의 다른 면을 인정하며,
그에 적응해가며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 같은 건 없어요?' 라는 누군가의 말에,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더 기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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