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 대사가 나올 즈음에,
다베르가 휘청휘청하면서 술을 마시고, 테이블에 걸터앉을 즈음에,
이미 나는 엄기준의 베르테르가 오버랩 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은 오르카가 던지는 농에 웃고 있을 때부터 눈물이 흘렀던 것은
김다현의 베르테르가 벌써 슬퍼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엄기준의 베르테르가 머리속에 꽉 차 있었기 때문일까-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놓치지 않고 보려고 무대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배우의 표정 변화 하나하나를 느껴가면서 그렇게 공연에 집중해서 보는 스타일이지만 어쩐지 오늘만큼은 그렇질 못했다.
난 자꾸만 엄베르가 생각나버렸다.
공연 시작 전,
앵콜 첫 공연이라서였는지 관람객으로서 온 엄기준을 보고 설레는 마음에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워낙 김다현 베르테르에 대해 칭찬이 자자해서 과도한 기대를 했던 내가 잘못이었던걸까.
깊게 울리는 엄기준의 음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늘 다베르가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훨씬 상기된 듯한 그의 표정은 신선했고, 즐거웠다.
게다가 이건 그의 데뷔 작품이니까, 그걸 감안한다면 정말 훌륭했다.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뮤지컬계에 첫 발을 내딛은 그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른 작품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뮤지컬 매니아로서 김다현이란 배우를 발견해 낸건 큰 수확이라고 말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근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뮤지컬 M.I.P가 생길만하다.
나도 중독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
벌써 또 보고 싶은 마음;
* 돌부리 대사와, 돌부리 대사 하기 전 오르카에게
'세월만한 스승은 없죠?' 라는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울듯 말듯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 모습도.
결국 세월이란 스승은 만나보지 못한 베르테르가 자꾸 아쉽다.
** 기말고사 때까지 마음이 부자된 이 기분 유지하며 화이팅 할 수 있겠지? 'ㅡ'
*** 엄.기.준.
나 이러다가 소팔동 배신하고 지키리로 들어가는 거 아닐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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