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저곳 남의 홈피를 기웃거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은,
그 사람의 생각을 담아놓은 그 결정체들을 슬쩍 보고서
입가엔 흐뭇한 미소를 안은채 슬금슬금 나오는 것이다.
자주 가는 홈페이지가 몇 있다.
어쩜 그렇게 비유법을 화려하게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곳 하나와,
자신의 생각을 너무나 담백하게 쏟아내어 더욱 설득력을 가지는 곳 두 곳.
그리고
적절한 단어배치와 짜임새 있는 문장 구성능력으로 자신의 깊은 사고체계를 드러내어 아득해진 머리로 한없이 경탄하다가 오는 곳 하나.
확실히, 글은 마주보고 앉았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었던 그 사람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아, 이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라고 뒷통수 맞는 기분은, 이런 경우에 한해서 즐겁다.
그래서 그 누군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 내면에 살짝 숨어있던 또 하나의 그 사람이 나와 에헴-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고, 나는 그걸 가만히 들어주고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작업이 지속되면 그 사람에 대한 색다른 체계가 잡혀나가기 시작하고,
그 이후 어느날 다시 만난 그사람에게서는 내가 멋대로 규정지어 놓은 색다른 체계속의 분위기를 여실히 풍기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생각을 담은 글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아서,
새롭게 어떤 사람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되어서,
그리고 그 사람만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꽤나 생산적이고 흥미진진한 작업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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